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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텃밭교육의 실제

화단에서 시작해 상자텃밭으로, 유아텃밭 첫 해의 시행착오와 준비 과정

by 해님 2026. 9. 6.

유아텃밭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씨앗이나 모종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 운영해보면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하는 것은 아이들이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는 공간과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입니다.

 

저 역시 처음부터 지금과 같은 상자텃밭을 만든 것은 아니었습니다. 도시의 어린이집에서 가장 어려웠던 것은 넓은 땅을 확보하는 일이었고, 처음에는 이미 조성되어 있던 화단의 일부를 활용해 텃밭을 만들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처음 시작할 때 어떤 점을 준비하면 좋은지, 실제 운영하면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함께 정리해 보았습니다.

화단에서 시작한 첫 텃밭은 문제가 하나둘 생겼습니다

처음 화단을 텃밭으로 사용했을 때 상추와 쑥갓 정도는 그럭저럭 자랐습니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 정도면 괜찮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까이 있던 나무의 잎이 무성해졌습니다. 나무가 커지면서 텃밭에 그늘이 생기기 시작했고 토마토, 가지, 고추는 제대로 자라지 못했습니다.

 

식물들이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니 줄기가 약하고 전체적으로 비실비실한 모습이 되었습니다. 나무가 땅속의 양분과 수분을 함께 이용하다 보니 텃밭의 식물이 필요한 만큼 양분을 유지하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화단의 흙은 오랫동안 식물이 자라며 단단하게 굳어 있어 아이들이 손으로 만지며 활동하기에도 적합하지 않았습니다.

 

이때 중요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유아텃밭은 아이들이 활동하기 좋은 공간인 동시에 식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아이들에게 식물의 성장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면 교사가 먼저 식물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식물이 자라지 않는 텃밭에서는 아이들의 관심을 오래 유지하기도 어렵습니다.

 

"왜 우리 토마토는 안 커요?"라는 아이의 질문에 매번 환경적인 문제를 설명해야 하는 상황보다는, 아이들이 직접 변화를 발견할 수 있도록 처음부터 적절한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좋습니다.

비가 온 뒤의 텃밭도 꼭 확인합니다

텃밭을 계획할 때 맑은 날의 모습만 보고 공간을 정하면 안 됩니다. 제가 처음 사용했던 화단은 비가 내리고 나면 땅이 질어졌습니다. 아이들이 텃밭으로 들어가 식물을 관찰하기가 불편했고, 발이 빠지거나 흙이 신발에 많이 묻기도 했습니다.

 

유아와 함께하는 텃밭에서는 이런 작은 불편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텃밭에 자유롭게 접근하기 어려우면 자연스럽게 활동 횟수도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결국 텃밭은 식물이 잘 자라는 것뿐 아니라 아이들이 자주 찾아갈 수 있는 공간인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필요하다면 텃밭의 형태를 바꿉니다

여러 가지 문제를 경험한 뒤 저는 텃밭의 형태를 바꾸기로 했습니다. 화단 일부 바닥에 벽돌을 깔고 그 위에 상자텃밭을 조성했고, 햇빛을 가리던 작은 나무 두 그루도 정리했습니다. 처음에는 조금 과감한 변화였지만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햇빛이 잘 들어왔고, 흙과 양분을 관리하기도 훨씬 수월했고, 비가 온 뒤에도 기존 화단보다 아이들이 접근하기 편했습니다.

 

무엇보다 상자텃밭의 높이가 아이들의 허리 정도까지 올라오면서 아이들이 식물을 가까이에서 살펴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허리를 많이 굽히지 않아도 식물을 볼 수 있었고 물을 주거나 잎을 관찰하는 것도 편해졌습니다. 유아텃밭은 어른에게 편리한 텃밭이 아니라 아이의 눈높이에 맞는 텃밭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때 다시 느꼈습니다.

유아 눈높이에 적절한 텃밭
유아 눈높이에 적절한 텃밭

흙은 아이들이 직접 만질 수 있도록 준비합니다

상자텃밭을 만든 뒤에는 흙도 새롭게 준비했습니다.

 

부드러운 상토를 사용하니 아이들이 특별한 도구 없이도 손으로 흙을 살살 만질 수 있었습니다. 유아텃밭에서 흙은 단순히 식물을 심는 재료가 아닙니다.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냄새를 맡고, 씨앗을 넣고, 흙을 덮으면서 자연을 경험하는 중요한 교육 재료입니다.

 

다만 흙을 만지는 것을 모든 아이가 좋아하는 것은 아닙니다. 흙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아이에게 억지로 만지게 하기보다 친구가 활동하는 모습을 먼저 보게 하거나 작은 도구를 활용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습니다.

첫 작물은 상추가 좋았습니다

제가 유아들과 텃밭을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선택했던 작물 가운데 하나가 상추였습니다. 비교적 성장 모습을 관찰하기 좋고, 수확한 뒤 바로 식생활 경험으로 연결하기도 좋았습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식물이 자라는 과정을 비교적 빠르게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상추가 조금씩 자라면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관심을 보입니다. "어제보다 커졌어요." "잎이 많아졌어요." "이제 먹어도 돼요?" — 텃밭교육에서는 바로 이런 순간이 중요합니다. 교사가 설명을 많이 하지 않아도 식물의 변화 자체가 아이에게 질문을 만들어주기 때문입니다.

 

상추를 수확할 때는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유아들은 힘을 조절하는 것이 아직 익숙하지 않아 상추 잎을 잡아당기다가 뿌리째 뽑아버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잎을 한 장씩 살펴보고 조심스럽게 따는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힘껏 잡아당기는 게 아니라 살살 따보자."라고 알려주고 교사가 옆에서 함께 도와주면 됩니다. 수확하는 방법까지도 텃밭에서는 하나의 교육 경험이 됩니다.

작물은 조금씩 다양하게, 씨앗도 모종도 경험합니다

상추에 익숙해진 뒤에는 고추, 가지, 들깨, 방울토마토, 애플수박 등 다양한 작물을 심었습니다.

잎의 모양도 다르고 꽃이 피는 모습도 다르고 열매가 달리는 위치도 달라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비교하고 질문할 수 있었습니다.

 

가을에는 무와 당근을 심어보기도 했습니다. 봄과 여름에 잎과 열매를 관찰했다면 가을에는 흙 속에서 자라는 뿌리채소를 경험할 수 있다는 점이 특별했습니다. 무나 당근은 수확하는 순간까지 전체 모습을 알기 어려워 아이들이 "밑에는 얼마나 클까?" 하고 궁금해하고, 예상보다 큰 무가 나오면 깜짝 놀라기도 합니다.

 

작물의 특성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계절과 아이들의 관심을 고려해 조금씩 다양하게 선택하면 좋습니다. 다만 한꺼번에 너무 많이 시작하지는 않습니다.

모종과 씨앗도 모두 경험해볼 것을 권합니다. 모종은 이미 어느 정도 자란 식물이라 성장 결과를 비교적 빨리 볼 수 있고, 씨앗은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지나 싹이 나온다는 점에서 기다림과 관찰의 경험을 제공합니다.

 

농촌진흥청의 어린이 텃밭 프로그램 연구에서도 텃밭 활동이 식습관 개선과 자연친화 태도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고했는데, 이런 변화는 빠른 성공(모종)과 기다림(씨앗)이 함께 있을 때 더 풍부해집니다.

 

한번은 아이들이 씨앗을 심으면서 특별한 의견을 냈습니다. "선생님, 하트 모양으로 심으면 안 돼요?" 아이들의 제안이 재미있어서 함께 하트 모양으로 씨앗을 심어보았습니다.

하트 모양으로 심어보고 싶어요!
하트 모양으로 심어보고 싶어요!

 

며칠이 지나자 아이들은 텃밭을 바라보며 아주 좋아했습니다. "선생님! 하트 모양으로 싹이 나왔어요!" 아이들에게는 단순히 씨앗이 싹튼 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들이 생각하고 만든 모양이 실제 텃밭에 나타난 것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텃밭에서는 교사가 정해놓은 방법만 따라가기보다 아이들의 아이디어를 받아들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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