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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텃밭교육의 실제

유아 텃밭에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을 때,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보는 방법

by 해님 2026. 9. 21.

유아와 함께 텃밭을 가꾸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일이 자주 생깁니다. 씨앗을 심었는데 싹이 늦게 나오기도 하고, 같은 날 심은 식물인데 유난히 작은 것도 있습니다. 잘 자라던 식물에 갑자기 이상한 모습이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럴 때 교사는 식물의 상태를 보고 원인을 찾아 바로 해결해 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아 텃밭교육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조금 다르게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 것은 단순한 실패가 아니라 아이들과 함께 “왜 그럴까?”를 생각해 볼 수 있는 자연탐구의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이들은 식물이 잘 자라는 모습뿐 아니라 잘 자라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도 많은 것을 배웁니다. 무엇이 달라졌는지 살펴보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고, 해결한 뒤 다시 변화를 관찰하는 과정이 모두 하나의 배움이 됩니다.

유아 텃밭에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을 때,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보는 방법
유아 텃밭에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을 때,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보는 방법

같은 조건인데 왜 한 고추만 자라지 않을까?

어느 날 텃밭상자에 고추 모종을 심었습니다. 같은 상자에 고추 모종을 두 개씩 심어 모두 네 개의 모종을 길렀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네 개의 고추 모종 가운데 하나만 유난히 자라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물을 주는 조건도 같았습니다. 햇빛을 받는 양도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른 고추들은 조금씩 자라면서 꽃을 피울 준비를 하고 있는데 한 고추만 키가 작았습니다.

 

아이들도 금세 차이를 발견했습니다.

“이 고추는 왜 키가 작지?”

아이들은 작은 고추 모종을 바라보며 저마다 생각을 이야기했습니다.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겠지.”

그러자 다른 아이가 말했습니다.

“그래, 우리도 그렇잖아.”

아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보니 재미있었습니다. 식물의 성장 차이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사람의 성장 모습까지 연결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이들에게 정답을 알려주기보다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습니다.

유아 텃밭에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을 때,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보는 방법
유아 텃밭에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을 때,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보는 방법

기다려도 달라지지 않는다면 다시 살펴봅니다

며칠이 지나자 차이가 더욱 분명해졌습니다.

다른 고추들은 꽃이 피기 시작했고 작은 고추가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문제의 고추는 시들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눈에 띄게 자라지도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다시 고추 주변에 모였습니다.

“왜 안 자라지?”

“어디 아픈가?”

아이들의 질문에 저도 바로 답을 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솔직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선생님도 잘 모르겠어. 어떻게 하면 좋을까?”

유아와 함께하는 텃밭에서는 교사가 모든 답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교사가 모르는 것을 인정하고 함께 방법을 찾아보는 것도 좋은 교육이 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시끌시끌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마침 한 할아버지께서 지나가시다가 우리의 모습을 바라보고 계셨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얘들아, 우리 할아버지께 한번 여쭤볼까?”

아이들은 좋다고 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동네 어른에게 물어보다

저는 할아버지께 조심스럽게 여쭤보았습니다.

“혹시 밭농사를 해보신 적이 있으세요?”

할아버지께서는 시골에서 살 때 농사를 많이 지어보셨다고 하셨습니다.

 

우리의 고민을 말씀드리자 할아버지께서는 고추를 자세히 살펴보셨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고추 모종의 뿌리 부분을 보시더니 말씀하셨습니다.

“아하, 이게 좀 떠 있네.”

 

모종의 뿌리가 흙에 단단하게 자리 잡지 못하고 흙과 뿌리 사이에 약간의 공간이 생겨 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할아버지께서는 뿌리 주변의 흙을 손으로 꾹꾹 눌러주셨습니다.

“이러면 뿌리가 잘 자라지 못하지.”

아이들은 눈을 동그랗게 뜨고 할아버지의 손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리고 할아버지께서는 간단하게 말씀하셨습니다.

“이제 괜찮을 거야.”

아이들에게는 그 장면 자체가 하나의 배움이었습니다.

 

우리가 아무리 똑같이 물을 주고 햇빛을 받게 해도 식물의 상태가 같지 않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식물의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뿌리가 있는 흙까지 살펴봐야 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게 된 것입니다.

해결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시 관찰했습니다

그날 이후 아이들은 고추를 더욱 자주 살펴보았습니다.

이유는 단순했습니다.

“정말 괜찮아질까?”

궁금했던 것입니다.

매일 고추를 보러 갔습니다.

 

처음에는 별다른 변화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작았던 고추가 자라기 시작했고, 결국 다른 고추처럼 쑥쑥 성장했습니다.

 

비록 다른 고추보다 늦은 성장이었지만 아이들에게는 그 고추가 더없이 기특했습니다.

아이들은 단순히 고추가 자란 것을 본 것이 아닙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 이유를 생각하고 → 다른 사람에게 질문하고 → 도움을 받고 → 다시 관찰하고 → 변화를 확인하는 과정을 경험했습니다.

이것이 유아 텃밭에서 이루어지는 자연스러운 문제해결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유아 텃밭에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을 때,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보는 방법
유아 텃밭에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을 때, 아이와 함께 생각해 보는 방법

텃밭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문제도 배움이 됩니다

또 다른 경험도 있었습니다.

장마가 지나간 뒤 방울토마토를 수확하던 중 평소와 다른 토마토를 발견했습니다. 방울토마토의 가운데 부분이 까맣게 변해 있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수확을 하다가 발견한 것이었기 때문에 일단 그런 토마토들을 따서 교실로 가져왔습니다.

아이들은 궁금해했습니다.

“왜 토마토가 이렇게 됐어요?”

이번에도 아이들의 질문에서 탐구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는 이 현상이 무엇인지 알아보기 위해 자료를 찾아보았고, ‘배꼽썩음병’이라고 불리는 현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에게도 알아본 내용을 쉽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토마토가 자라는 과정에서 수분과 양분의 균형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날씨가 매우 덥고 건조했다가 장마처럼 수분 환경이 급격하게 달라지는 시기에는 토마토의 생육 상태를 더욱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다시 질문했습니다.

“왜요?”

교실에서도 텃밭의 궁금증을 이어갔습니다

저는 노트북을 TV와 연결해 아이들과 함께 관련 정보를 살펴보았습니다.

아이들은 화면에 나타난 토마토의 모습을 보며 우리가 텃밭에서 발견한 토마토와 비교했습니다.

“우리 토마토랑 똑같아.”

 

자신들이 직접 발견한 문제였기 때문에 아이들의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졌습니다.

우리는 알아본 내용을 바탕으로 토마토를 다시 잘 살펴보고 필요한 관리를 해주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네 개의 토마토 가운데 두 개에서는 다시 예쁜 방울토마토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두 개는 기대만큼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모든 토마토가 똑같이 회복되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 모습도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경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모든 문제가 우리가 원하는 대로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유아 텃밭교육을 하다 보면 교사도 아이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자연은 우리의 계획대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어떤 식물은 잘 자라고 어떤 식물은 늦게 자랍니다. 같은 작물을 심어도 상태가 다를 수 있습니다. 우리가 원인을 찾아보고 적절한 방법을 시도해도 끝까지 회복되지 않는 식물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경험은 아이들에게 자연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기회를 줍니다.

 

아이들과 텃밭을 바라보며 이런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밖에서 더위도 견디고 장마도 견디면서 자라는 토마토들이 정말 대단하다.”

 

아이들은 우리가 평소 아무렇지 않게 먹는 토마토 한 알에도 많은 변화와 어려움이 있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었습니다.

교사가 모든 답을 알려주지 않아도 됩니다

유아 텃밭에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을 때 교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정답을 알려주는 것이 아닐 수 있습니다.

먼저 아이와 함께 살펴보는 것입니다.

 

“어제와 무엇이 다르지?”

“다른 식물과 비교하면 어떤 점이 다를까?”

“왜 그런 것 같아?”

“누구에게 물어보면 알 수 있을까?”

 

이런 질문을 통해 아이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도록 기다려 줄 수 있습니다.

필요하다면 다른 사람에게 물어보고, 책이나 자료를 찾아보고, 다시 텃밭으로 나가 확인할 수도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교사는 아이보다 한 발 앞서 답을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아이와 함께 궁금해하고 필요한 방법을 찾아가는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 순간을 실패라고만 생각하지 않기

텃밭을 시작할 때는 누구나 잘 자라는 식물을 기대합니다.

싱싱한 잎이 나오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모습을 아이들과 함께 보고 싶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텃밭에서 정말 중요한 경험은 풍성한 수확만이 아닐 수 있습니다.

잘 자라지 않는 식물을 발견했을 때,

왜 그런지 궁금해하고,

다른 식물과 비교해 보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새로운 방법을 시도하고,

그 결과를 다시 확인하는 것.

 

이러한 경험 하나하나가 아이에게는 자연을 알아가는 과정이 됩니다.

특히 유아에게는 정답을 맞히는 것보다 자신의 눈으로 변화를 발견하고 질문하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마무리

유아 텃밭에서 식물이 잘 자라지 않는 것은 교사에게는 해결해야 할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이들에게는 새로운 탐구가 시작되는 순간이 될 수도 있습니다.

 

작은 고추 모종 하나가 왜 자라지 않는지 궁금해하다가 지나가던 할아버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던 경험, 장마 뒤 이상해진 방울토마토를 교실로 가져와 원인을 찾아보았던 경험은 모두 같은 것을 알려주었습니다.

 

자연은 아이들에게 언제나 예상하지 못한 질문을 건넨다는 것입니다.

교사가 그 질문에 너무 빨리 답해버리지 않고 아이와 함께 바라보고, 생각하고, 찾아보고, 다시 확인해 준다면 텃밭은 단순히 식물을 기르는 장소를 넘어섭니다.

 

아이들이 문제를 발견하고 스스로 생각하며 다른 사람에게 배우고 다시 확인하는 살아 있는 배움의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유아 텃밭에서 잘 자라는 식물만큼이나, 잘 자라지 않는 식물도 소중하다고 생각합니다.

그 작은 식물 하나가 아이들에게 또 다른 질문을 시작하게 해주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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