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와 함께 텃밭을 시작하려고 할 때 교사가 가장 먼저 고민하게 되는 것 중 하나가 있습니다.
“무엇을 심어야 할까?”
텃밭에는 심을 수 있는 작물이 매우 많습니다. 상추와 쑥갓 같은 잎채소부터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처럼 열매가 맺히는 작물, 무와 당근처럼 땅속에서 자라는 작물까지 종류가 다양합니다.
그렇다면 유아 텃밭에는 어떤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유아 텃밭을 운영하면서 작물의 종류를 정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어떤 경험을 만들어 주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씨앗을 심고 싹이 나오는 과정을 관찰하는 것이 중심이라면 여러 종류의 작물을 조금씩 심어도 좋습니다. 반대로 아이들이 직접 기르고 수확하고 먹어보고, 수확한 것을 집으로 가져가 가족과 나누는 경험까지 하고 싶다면 몇 가지 작물을 선정하여 충분히 심는 방법도 좋습니다.
결국 정답은 하나가 아닙니다.
텃밭의 공간과 계절, 아이들의 경험, 교사가 계획하는 활동의 방향을 함께 고려하여 작물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유아 텃밭에서 작물의 수확까지 경험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
텃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과정은 아이들에게 의미가 있습니다.
흙을 만지는 것, 씨앗을 심는 것, 물을 주는 것, 새싹을 발견하는 것, 잎의 변화를 관찰하는 것 모두 좋은 경험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텃밭을 운영해 보면 수확까지 잘 이어지는 작물이 아이들에게 더욱 재미있는 경험이 되기도 합니다.
처음에는 작은 씨앗이나 모종이었던 식물이 시간이 지나면서 커지고, 마침내 아이들의 손으로 수확할 수 있는 모습이 되는 과정은 분명한 성취감을 줍니다.
“내가 물을 줬던 상추야.”
“이 토마토 내가 따도 돼?”
“이거 우리 집에 가져갈래.”
이런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는 순간 텃밭은 단순히 식물을 관찰하는 장소를 넘어섭니다.
아이들은 기르기-수확하기-먹어보기-가족과 나누기라는 하나의 연결된 경험을 하게 됩니다.
저 역시 유아 텃밭을 운영하면서 이 부분을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기르고, 수확하고, 먹어보고, 가능하다면 집으로 가져가 가족과 나누는 경험까지 해보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작물을 선택할 때도 단순히 잘 자라는 작물인지보다 아이들이 한 해 동안 다양한 경험을 충분히 할 수 있는지를 함께 살펴보았습니다.
봄에는 상추와 쑥갓으로 시작하기
제가 텃밭을 운영할 때는 3월 중후반에 다양한 종류의 상추와 쑥갓을 심었습니다.
모든 텃밭 상자에 상추와 쑥갓을 심은 이유는 아이들이 비교적 빠르게 변화를 관찰하고 수확의 경험까지 이어갈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요즘은 상추도 종류가 다양합니다.
흔히 알고 있는 상추뿐 아니라 로메인 상추, 오크상추 등 모양과 색깔이 다른 상추를 만날 수 있습니다.
아이들과 함께 여러 종류의 상추를 심어 놓으면 자라는 모습을 비교해 보는 것도 재미있는 활동이 됩니다.
“이 상추는 잎이 길쭉해.”
“이건 잎이 더 부드러워 보여.”
“색깔이 조금 달라.”
아이들은 특별한 설명을 하지 않아도 서로 다른 모습을 발견합니다.
그리고 상추가 자라기 시작하면 한 달 정도 아이들과 함께 꾸준히 수확하며 활동할 수 있습니다.
한 번 심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매일 또는 정해진 날에 텃밭을 살펴보고, 필요한 만큼 수확하면서 식물의 변화를 계속 경험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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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말에는 아쉽지만 상추를 정리합니다
상추를 계속 키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유아 텃밭에서는 다음 작물을 심을 시기도 생각해야 합니다.
제가 운영했던 텃밭에서는 5월 말쯤 상추를 포기째 수확하여 정리했습니다.
잘 자란 상추를 정리하는 것이 처음에는 아깝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일반적인 텃밭이라면 조금 더 두고 수확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유아 텃밭은 다음 작물의 심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도 중요합니다.
상추를 계속 키우다가 고추나 가지, 방울토마토 등을 심어야 할 시기를 놓치면 여름 동안 아이들이 관찰하고 수확할 수 있는 중요한 성장 과정을 충분히 경험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상추를 정리한 자리에는 다시 영양을 보충하는 작업을 하고 다음 작물을 준비했습니다.
이 과정 역시 유아 텃밭을 운영하면서 교사가 미리 생각해야 할 중요한 부분입니다.
하나의 작물을 언제까지 키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다음 작물의 경험을 준비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여름에는 성장 과정이 눈에 보이는 작물을 선택합니다
상추를 정리한 자리에는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애플수박, 망고수박 등을 심었습니다.
여름 작물의 가장 큰 매력은 식물의 변화가 눈에 잘 보인다는 것입니다.
작은 모종이 자라면서 키가 커지고,
잎이 많아지고,
꽃이 피고,
꽃이 진 자리에 작은 열매가 생기고,
그 열매가 점점 커집니다.
텃밭 주변에는 곤충이 찾아오기도 합니다.
아이들은 매일 같은 식물을 보면서도 어제와 다른 모습을 발견합니다.
“어제보다 키가 커졌어.”
“꽃이 피었어.”
“여기 작은 토마토가 있어.”
“수박이 생겼어.”
이처럼 여름 텃밭에서는 식물의 성장과 꽃, 열매, 곤충 등 다양한 자연의 변화를 함께 관찰할 수 있습니다.
특히 방울토마토나 고추, 가지처럼 열매가 눈에 보이는 작물은 아이들이 변화를 이해하기 쉽습니다.
작은 열매가 생겼다가 점점 커지고 색깔이 변하는 모습을 직접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6월 하순부터 시작되는 수확의 즐거움
여름 작물은 심었다고 바로 수확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들은 기다려야 합니다.
꽃이 피기를 기다리고, 작은 열매가 커지기를 기다리고, 익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다가 6월 하순쯤부터 수확을 시작하게 됩니다.
아이들에게 수확은 식물을 기른 결과를 직접 확인하는 순간입니다.
특히 자신이 매일 살펴보던 방울토마토나 고추, 가지 등을 직접 따는 경험은 식물을 기르는 일에 대한 관심을 더욱 높여줄 수 있습니다.
수확한 작물을 깨끗하게 씻어 먹어보면 또 다른 경험이 이어집니다.
“내가 키운 것을 먹어보는 경험”입니다.
그리고 수확물을 집으로 가져가게 하면 텃밭에서 끝나지 않고 가족에게까지 경험이 연결됩니다.
아이에게는 자신이 해낸 일을 가족에게 보여주는 기회가 되고, 가족에게는 아이가 텃밭에서 무엇을 경험했는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됩니다.
이렇게 보면 텃밭의 수확은 단순히 작물을 따는 활동이 아닙니다.
자연을 관찰하고, 식물을 돌보고, 기다리고, 수확하고, 먹고, 가족과 나누는 경험으로 확장될 수 있습니다.
여름 작물은 8월 후반까지 경험할 수 있습니다
여름 동안 아이들과 수확을 계속하다가 8월 후반이 되면 한 해의 여름 작물을 정리합니다.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수박 등 여러 작물을 모두 정리한 후에는 다시 텃밭의 상태를 살피고 영양 작업을 하며 가을 텃밭을 준비합니다.
텃밭에서는 한 작물을 심는 것만큼 다음 작물을 위한 준비 과정도 중요합니다.
아이들이 경험하는 것은 계절에 따라 달라지고, 텃밭도 계절에 따라 모습을 바꿉니다.
봄에는 새싹과 잎이 중심이었다면 여름에는 꽃과 열매를 볼 수 있고, 여름 작물을 정리한 뒤에는 다시 가을 작물을 준비하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 자체가 아이들에게는 자연의 순환을 경험하는 기회가 됩니다.
가을에는 무와 당근을 심어봅니다
9월 초에는 흰무, 보라무, 당근 등을 심었습니다.
가을 작물은 여름 작물과 또 다른 경험을 줍니다.
특히 무와 당근은 땅 위로 드러난 잎만 보고는 땅속에서 어떤 모습으로 자라고 있는지 알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은 수확하는 날을 기다리게 됩니다.
“무가 얼마나 커졌을까?”
“당근도 땅속에 있을까?”
땅을 파서 작물을 꺼내는 순간에는 보이지 않던 부분이 드러납니다.
이처럼 작물마다 성장하는 모습이 다르기 때문에 한 해 동안 여러 종류의 작물을 경험하면 아이들의 텃밭 경험도 자연스럽게 다양해집니다.
제가 운영했던 텃밭에서는 무는 11월 중순에서 하순 정도, 서리가 내리기 전에 수확하고 당근은 12월 초에 수확했습니다.
이렇게 봄부터 가을까지 작물을 이어서 심으면 아이들은 한 해 동안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텃밭의 모습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꼭 많은 작물을 심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모든 기관에서 많은 작물을 심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텃밭 공간이 좁다면 몇 가지 작물만 선정해도 충분합니다.
반대로 공간이 넓고 아이들에게 다양한 성장 모습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면 작물의 종류를 늘릴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텃밭 공간에 여유가 있다면 완두콩이나 강낭콩을 추가해도 좋습니다.
콩류는 씨앗에서 싹이 나오고 줄기가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기 좋으며, 열매가 맺히는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몇 종류를 심었느냐가 아니라 어떤 경험을 목표로 작물을 선택했느냐입니다.
다양한 자연의 모습을 관찰하는 것이 목표라면 여러 작물을 조금씩 심을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충분히 돌보고 수확하는 기쁨을 경험하는 것이 목표라면 몇 가지 작물을 선정하여 넉넉하게 심는 방법도 좋습니다.
그리고 텃밭에서 수확한 것을 먹어보고 가족과 나누는 경험까지 중요하게 생각한다면 수확량과 관리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유아 텃밭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심는 시기’입니다
작물을 선택할 때 교사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심는 시기를 놓치지 않는 것입니다.
텃밭은 사람이 원하는 날짜에 맞춰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봄에 심어야 할 작물을 너무 늦게 심으면 성장할 시간이 부족해질 수 있고, 여름 작물을 적절한 시기에 심지 못하면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히는 과정을 충분히 경험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가을 작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수확해야 할 시기를 지나 너무 추워지면 아이들과 계획했던 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유아 텃밭을 운영할 때 ‘무엇을 심을까?’라는 질문과 함께 ‘언제 심을까?’를 반드시 생각해야 한다고 봅니다.
자연의 시간은 사람이 편의에 따라 마음대로 바꾸기 어렵습니다.
심어야 할 때 심고, 자랄 때 기다리고, 수확할 때 수확해야 합니다.
그 정확하고 분명한 자연의 시간이 오히려 유아 텃밭의 중요한 교육적 가치가 됩니다.
아이들은 텃밭을 통해 기다림을 경험합니다.
오늘 심었다고 내일 열매가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물을 주고 기다리고, 변화를 관찰하고, 다시 기다린 끝에 수확의 순간을 만납니다.
우리 기관의 텃밭 여건에 맞게 선택하세요
제가 경험한 상추-쑥갓-고추-가지-방울토마토-애플수박-망고수박-무-당근의 일정은 하나의 방법일 뿐입니다.
모든 기관이 꼭 똑같이 따라 할 필요는 없습니다.
텃밭의 크기와 햇빛의 양, 교사가 관리할 수 있는 시간, 아이들의 연령과 경험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또한 기관에서 어떤 경험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지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관찰이 중심이라면 성장 과정이 뚜렷한 작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먹거리 경험이 중심이라면 아이들이 수확하여 안전하게 먹어볼 수 있는 작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가족과 나누는 경험까지 생각한다면 수확량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러 작물을 경험하게 하고 싶다면 계절이 바뀔 때마다 다른 작물을 연결해서 심어볼 수 있습니다.
유아 텃밭의 작물 선택에는 정답이 없습니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작물을 선택할 때에는 어른이 키우기 좋은 작물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그 작물을 통해 무엇을 보고, 무엇을 경험하고, 무엇을 느끼게 될지를 함께 생각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마무리
유아 텃밭에서 어떤 작물을 심을지 고민된다면 먼저 한 해의 경험을 그려보는 것도 좋습니다.
봄에는 무엇을 심고 관찰할 것인지,
여름에는 어떤 꽃과 열매를 볼 것인지,
가을에는 무엇을 수확할 것인지 생각해 보세요.
그리고 아이들이 직접 기르고, 수확하고, 먹어보고, 가족과 나누는 경험까지 연결하고 싶다면 작물의 종류뿐 아니라 심는 시기와 수확 시기까지 함께 계획해야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3월 중후반 상추와 쑥갓으로 시작해 여름에는 고추, 가지, 방울토마토, 애플수박, 망고수박을 경험하고, 가을에는 무와 당근으로 이어갔습니다.
이렇게 계절에 따라 작물을 바꾸면 한 해의 텃밭이 하나의 긴 교육과정처럼 이어집니다.
아이들은 봄에 씨앗과 모종을 만나고, 여름에는 꽃과 열매를 기다리고, 가을에는 땅속에 숨어 있던 작물을 꺼내 봅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의 시간을 배웁니다.
심을 때가 있고, 기다릴 때가 있으며, 수확할 때가 있다는 것.
유아 텃밭에서 작물을 선택한다는 것은 단순히 무엇을 키울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아이들에게 어떤 계절의 경험을 선물할 것인지 결정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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