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에서 유아 텃밭활동을 시작하려고 하면 가장 먼저 부딪히는 문제가 있습니다.
“텃밭으로 사용할 땅이 없는데 어떻게 하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놀이터와 건물, 주차 공간 등이 있어 넓은 흙밭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텃밭교육을 포기할 필요는 없습니다.
텃밭은 반드시 넓은 땅에 만들어야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도시에서는 상자텃밭이나 화분, 다양한 재배 용기를 활용하여 작은 텃밭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상자텃밭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고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배치할 수 있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활용하기 좋습니다.
그런데 제가 상자텃밭을 바라보는 데에는 조금 다른 이유도 있습니다.

골목에서 만나는 작은 텃밭
도시의 아파트 단지를 벗어나 단독주택이 모여 있는 동네를 걷다 보면 재미있는 모습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집 앞이나 골목 한쪽에 커다란 고무통이 놓여 있고 그 안에서 고추나 상추가 자라고 있습니다. 오래된 화분에 깻잎이 자라기도 하고, 스티로폼 상자에 채소를 심어 놓은 모습도 볼 수 있습니다.
누가 만들어 놓았을까요?
대부분 그 동네의 할머니, 할아버지들입니다.
어린 시절부터 텃밭을 일구며 살아오신 분들에게 식물을 기르는 일은 특별한 활동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넓은 밭이 없으면 작은 공간을 찾아 씨앗을 심고, 그곳에서 채소를 길러 먹었던 경험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저는 마음이 따뜻해집니다.
그리고 한 가지를 깨닫게 됩니다.
어린 시절의 경험은 한 사람의 일생 동안 정서로 남는구나.
어린 시절 흙을 만지고 식물을 키웠던 경험이 시간이 흘러서도 생활 속에 남아 있는 것입니다.
저는 유아 텃밭교육을 통해 아이들에게 그런 경험을 이어주고 싶습니다.
지금은 아파트와 도시 생활에 익숙한 아이들이 많지만, 그렇다고 식물을 키우고 흙을 만나는 경험까지 사라질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넓은 밭이 없다면 작은 상자 하나라도 좋습니다.
그 안에 흙을 담고 씨앗 하나를 심는 것에서 텃밭은 시작될 수 있습니다.

상자텃밭은 도시에서 텃밭을 시작하는 방법이다
상자텃밭의 가장 큰 장점은 땅이 없는 곳에서도 텃밭을 만들 수 있다는 것입니다.
건물 주변의 자투리 공간이나 햇빛이 들어오는 마당 한쪽에도 상자텃밭을 놓을 수 있습니다.
화단 전체를 텃밭으로 바꾸기 어려운 기관에서도 필요한 공간만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상자텃밭은 아이들이 식물 가까이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배치하기 좋습니다.
상자 사이에 아이들이 이동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하고, 작물의 높이를 고려해 배치하면 아이들이 한 포기 한 포기의 식물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키가 크게 자라 지지대가 필요한 작물은 뒤쪽에 심고 키가 낮은 작물은 앞쪽에 배치하면 관찰하기도 좋습니다.
아이들이 매일 지나가면서 “어제보다 컸어요.”라고 말할 수 있는 거리에 식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좋은 교육 환경이 됩니다.
요즘 상자텃밭은 관리하기 쉽게 만들어져 있다
최근에는 단순히 흙을 담는 상자에서 벗어나 식물을 관리하기 편하도록 여러 기능을 갖춘 텃밭상자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중 유아 텃밭에서 눈여겨볼 만한 것이 저면관수 방식입니다.
상자 아래쪽에 물을 저장할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심지를 통해 물이 위쪽의 흙으로 전달되도록 만든 형태입니다.
물을 저장할 공간이 따로 있기 때문에 일반적인 화분처럼 흙의 상태만 보고 자주 물을 주어야 하는 부담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물론 저면관수 상자라고 해서 물 관리가 전혀 필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물 저장 공간의 상태를 확인하고 작물의 종류와 계절에 따라 관리해야 합니다.
하지만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처럼 교사가 여러 가지 일을 함께 해야 하는 공간에서는 관리 부담을 줄여주는 구조 자체가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상자텃밭에는 어떤 흙을 넣을까?
상자텃밭을 준비할 때는 상자만 준비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안에 어떤 흙을 넣을 것인지도 중요합니다.
상자텃밭에서는 일반적인 땅의 흙보다 가볍고 부드러운 상토를 사용하는 것이 관리하기 편합니다.
특히 펄라이트 등이 섞인 상토는 흙이 지나치게 무겁지 않고 배수와 통기성을 고려한 제품들이 있어 상자텃밭에 활용하기 좋습니다.
봄철 텃밭을 처음 시작하는 시기에는 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양분이 포함된 상토를 선택하면 초기 재배에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모든 상토의 성분과 비료 함량이 같지는 않기 때문에 제품의 표시사항을 확인하고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유아 텃밭에서는 흙을 선택할 때 아이들이 직접 만지고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점도 함께 생각해야 합니다.
상자 크기는 클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상자텃밭을 처음 준비할 때 흔히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큰 상자를 사면 작물을 많이 심을 수 있겠지.”
하지만 유아 텃밭에서는 무조건 큰 상자가 좋은 것은 아닙니다.
상자에 흙을 채우면 생각보다 무거워집니다. 처음 설치할 때는 물론이고 공간을 조정하거나 텃밭의 위치를 바꾸어야 할 때도 어려움이 생길 수 있습니다.
따라서 기관에서 사용할 상자텃밭은 성인 두 사람이 들어 옮길 수 있는 정도의 크기와 무게를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너무 넓은 상자를 만들고 많은 양의 흙을 한꺼번에 채우면 식물을 많이 심을 수 있다는 장점은 있지만, 관리와 이동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특히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는 텃밭을 처음 설치한 뒤에도 활동 방법이나 공간에 따라 배치를 조금씩 조정할 일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처음부터 지나치게 큰 규모로 시작하기보다 아이들과 실제로 활동해 보면서 관리할 수 있는 크기로 시작하는 것을 권하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키를 생각해서 높이를 정한다
유아 텃밭에서 상자 높이도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이들이 식물을 가까이에서 보고 만지고 물을 줄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상자가 너무 낮으면 아이들이 계속 허리를 숙여야 하고, 반대로 너무 높으면 아이들의 손이 식물에 닿지 않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상자텃밭을 설치할 때는 아이들의 허리 아래 정도 높이에서 식물을 관찰하고 활동하기 편한지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아이들의 연령과 신체 조건에 따라 적절한 높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상자의 높이를 정할 때 중요한 것은 보기 좋은 텃밭이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텃밭을 만드는 것입니다.
상자텃밭은 흙과 관리 자재를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상자텃밭의 또 다른 장점은 식물을 키우는 공간을 비교적 집중해서 관리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봄 텃밭이나 가을 텃밭을 준비할 때는 작물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토양 환경을 관리하고, 필요에 따라 친환경 토양 미생물이나 유기농업 자재 등을 활용하기도 합니다.
이때 상자텃밭은 관리할 흙의 범위가 분명하기 때문에 필요한 곳에 집중해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넓은 땅 전체를 관리하는 것과 비교하면 작은 공간 안에서 토양 상태를 살펴보고 필요한 관리를 하기 수월합니다.
다만 유아가 활동하는 공간에서는 ‘친환경’이라는 이유만으로 모든 자재를 아이들이 직접 사용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제품의 사용 기준과 희석 방법, 사용 시기 등을 확인하고 교사가 적절하게 관리해야 합니다.
아이들의 텃밭활동과 토양 관리는 구분하여 생각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상자텃밭을 사용할 때 꼭 생각해야 할 것
상자텃밭은 편리하지만 몇 가지 주의할 점도 있습니다.
먼저 상자 자체가 안정적으로 놓여 있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기대거나 밀었을 때 움직이지 않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모서리가 날카롭지는 않은지, 아이들이 이동하면서 부딪힐 위험은 없는지도 살펴야 합니다.
또한 상자 주변에 충분한 활동 공간을 확보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물을 주거나 수확할 때 한꺼번에 몰리면 서로 부딪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물통이나 호스 등 텃밭 관리에 사용하는 도구도 아이들의 이동을 방해하지 않도록 정리해야 합니다.
상자텃밭을 설치하는 순간부터 그곳은 단순한 재배 공간이 아니라 유아가 생활하는 교육 공간이 된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작은 상자 하나에서 텃밭교육이 시작될 수 있다
유아 텃밭교육을 시작하려는 선생님들에게 “텃밭이 없어서 못 하겠다”는 생각 대신 조금 다른 질문을 해보셨으면 합니다.
“우리 기관에서 식물을 키울 수 있는 공간은 어디일까?”
햇빛이 들어오는 작은 공간이 있다면 상자 하나를 놓을 수 있습니다.
상자 하나에 흙을 담고 상추 씨앗을 심어도 좋고, 방울토마토 모종 하나를 심어도 좋습니다.
아이들은 그 작은 공간을 매일 바라볼 것입니다.
처음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흙에서 작은 싹이 올라오고, 잎이 하나둘 생기고, 어느 날 꽃이 피고 열매가 맺힙니다.
그 과정을 기다리는 동안 아이들은 식물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관찰하게 됩니다.
그리고 수확의 순간에는 자신이 돌보았던 식물을 직접 만나는 기쁨을 경험합니다.
이것이 제가 생각하는 상자텃밭의 가장 큰 가치입니다.
상자텃밭은 단순히 땅이 부족한 도시에서 사용하는 대체 텃밭이 아닙니다.
도시의 작은 공간에서도 아이들에게 식물을 키우는 경험을 이어주고, 우리가 잊어가고 있는 흙과 생명의 경험을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하나의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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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의 텃밭 경험을 아이들에게 이어주고 싶다
단독주택가 골목에서 만나는 작은 텃밭을 볼 때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어릴 때 흙을 만지고 씨앗을 심고 채소를 길렀던 경험이 한 사람의 삶 속에 오래 남아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커다란 고무통에도, 오래된 화분에도, 스티로폼 상자에도 식물을 길러내는 모습을 보면 그분들에게 텃밭은 단순히 채소를 생산하는 공간이 아니라 살아온 경험이 이어지는 생활의 한 부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요즘 아이들에게도 그런 경험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꼭 넓은 밭이 아니어도 됩니다.
작은 상자 하나라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 흙을 담고 아이와 함께 씨앗 하나를 심어보는 것입니다.
오늘 심은 씨앗이 내일 바로 싹이 나지는 않지만, 아이는 기다리는 법을 배웁니다.
매일 조금씩 달라지는 잎을 보면서 변화를 발견하고, 자신이 준 물과 돌봄이 식물의 성장으로 이어지는 것도 경험합니다.
저는 그런 작은 경험들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오래 남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언젠가 이 아이들이 어른이 되었을 때, 도시의 어느 골목에서 작은 상자에 식물을 심으며 살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어린 시절의 텃밭 경험이 한 사람의 일생을 따뜻하게 하는 정서가 될 수 있도록.
그래서 텃밭이 없는 도시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에서도 상자 하나로 시작하는 유아 텃밭교육을 권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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