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아텃밭교육의 실제

유아 텃밭에서 벌레를 만났을 때, 무조건 없애야 할까?

해님 2026. 9. 22. 08:00

비가 내리고 난 다음 날 텃밭에 나가면 평소에는 보이지 않던 작은 생물들을 발견할 때가 있습니다. 그중 아이들이 특히 반가워하는 친구가 있습니다. 바로 달팽이입니다.

 

달팽이는 아이들이 그린 그림에도 자주 등장합니다. 동화나 그림책에서 보았던 경험 때문인지 아이들에게는 낯설지 않은 존재이기도 합니다. 텃밭에서 실제 달팽이를 발견하면 아이들은 금세 주변으로 모여듭니다.

 

그런데 달팽이를 바라보는 아이들의 반응은 제각각입니다.

“선생님, 달팽이다!”

하며 겁 없이 손으로 만지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가까이 다가가기는커녕 손도 대지 못하는 아이도 있습니다.

 

이처럼 유아 텃밭에서 벌레나 작은 생물을 만나는 경험은 단순히 생물의 이름을 알아가는 활동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아이들은 그 생물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경험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텃밭에서 벌레를 발견했을 때 교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무조건 없애야 할까요?

아니면 모든 생물을 그대로 두어야 할까요?

 

유아 텃밭교육에서는 ‘좋은 벌레’와 ‘나쁜 벌레’를 단순하게 구분하기보다 작은 생명을 관찰하고, 식물과 생물의 관계를 알아가며, 필요한 경우 텃밭을 적절하게 관리하는 경험이 중요합니다.

유아 텃밭에서 벌레를 만났을 때, 무조건 없애야 할까?
유아 텃밭에서 벌레를 만났을 때, 무조건 없애야 할까?

비 온 다음 날 만난 달팽이

비가 온 다음 날이면 텃밭에서 달팽이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이들에게 달팽이는 꽤 인기 있는 존재였습니다. 특히 상추가 있는 곳에서 달팽이를 발견하는 일이 있었는데, 달팽이는 상추를 아주 잘 먹었습니다.

 

아이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열심히 키운 상추를 달팽이가 먹고 있으니 속상할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아이들은 오히려 달팽이를 반갑게 맞아주었습니다.

 

달팽이를 손으로 만지는 아이도 있었고, 손도 대지 못하고 멀리서 바라보는 아이도 있었습니다.

달팽이를 만질 수 있는 아이들은 바깥놀이용 그릇에 달팽이를 담아주기도 했습니다. 물을 촉촉하게 뿌려주기도 하고, 상추 몇 잎을 뜯어 달팽이가 쉴 수 있는 지붕처럼 만들어 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아이가 달팽이를 담아 놓은 곳을 가리키며 말했습니다.

“여기가 달봉이 집이라구!”

제가 물었습니다.

“달봉이가 누구야?”

아이는 아주 당연하다는 듯 대답했습니다.

 

“얘요. 내가 이름 지어줬어요.”

아이에게 달팽이는 더 이상 이름 모를 작은 생물이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이름을 붙여준 특별한 존재가 되어 있었습니다.

“선생님, 달봉이 우리가 키우면 안 돼요?”

달팽이에게 이름을 붙여주고 나니 아이들의 관심은 더 커졌습니다.

한 아이가 물었습니다.

“선생님, 달봉이 우리가 키우면 안 돼요?”

 

아이의 마음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귀여운 달팽이를 조금 더 가까이에서 보고 싶고, 계속 함께 지내고 싶은 것이었겠지요.

그래서 저는 아이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어떻게?”

“어디서?”

아이는 잠시 생각하더니 대답했습니다.

 

“교실에서요.”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를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달봉이를 교실로 데려오는 것이 아이들에게는 즐거운 일이지만, 달봉이에게도 좋은 일일까요?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었습니다.

 

“달봉이가 가족들하고 헤어져서 슬퍼하면 어떻게 하지?”

아이들은 잠시 생각하더니 다른 방법을 제안했습니다.

“그럼 하루만요.”

결국 우리는 달봉이를 투명한 통에 담아 교실로 데려왔습니다.

 

아이들은 달봉이가 잘 지낼 수 있도록 살펴보았습니다. 그리고 하루를 함께 보낸 뒤 다시 텃밭으로 돌려보내주었습니다.

그날 아이들은 달봉이를 보면서 계속 이야기했습니다.

 

“달봉아.”

“달봉아, 여기 좀 봐.”

“달봉이 잠자나? ”

작은 달팽이 한 마리가 아이들에게는 하루 종일 이야기할 수 있는 친구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다시 텃밭으로 돌아갔습니다.

달팽이를 통해 생명을 생각해 봅니다

이 경험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달팽이의 이름을 알게 되었다는 것만은 아닙니다.

 

아이들은 달팽이를 보고 만져보고, 먹이를 주고, 집을 만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자신들이 키우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하지만 달팽이를 계속 교실에서 키우는 대신 다시 텃밭으로 돌려보내기로 했습니다.

 

“달팽이도 가족이 있을 수 있다.”

라는 생각을 아이들과 함께 나누었기 때문입니다.

 

물론 어린 유아가 생태계의 관계를 복잡하게 이해할 필요는 없습니다.

하지만 작은 생명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가 좋아한다는 이유만으로 마음대로 데려와도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경험은 할 수 있습니다.

이것 역시 텃밭에서 배울 수 있는 중요한 생태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모든 생물이 이렇게 반가운 것은 아닙니다

텃밭에서 만나는 생물이 모두 달팽이처럼 아이들의 사랑을 받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생물은 아이들이 이름을 몰라 무서워하기도 하고, 식물에 피해를 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교사는 벌레를 발견했을 때 바로 ‘없애야 하는 존재’라고 결정하기 전에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생물일까?”

“어디에서 발견했지?”

“무엇을 하고 있을까?”

“식물에는 어떤 영향을 주고 있을까?”

이런 질문을 통해 아이들과 함께 관찰해 볼 수 있습니다.

 

교사가 처음부터 정확한 이름을 모른다고 해서 문제가 되는 것도 아닙니다.

오히려 모르는 생물을 만났을 때 “선생님도 잘 모르겠는데, 우리 같이 알아볼까?”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또 하나의 탐구가 시작됩니다.

우리에게는 실제로 그런 경험이 있었습니다.

유아 텃밭에서 벌레를 만났을 때, 무조건 없애야 할까?
유아 텃밭에서 벌레를 만났을 때, 무조건 없애야 할까?

상자논에서 발견한 이상한 곤충

우리 원에는 상자논도 있었습니다.

볍씨를 심어 모를 길러서 상자논에 심고 벼를 키웠습니다. 아이들은 벼가 자라는 모습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논상자에서 아주 이상하게 생긴 곤충을 발견했습니다.

노린재처럼 생겼는데 등에 동그란 알이 잔뜩 붙어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아이들도 신기해했습니다.

“이게 뭐지?”

“이상하게 생겼네.”

“몰라요.”

저도 정확한 이름을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알아볼 수 있을까요?

 

아이들과 함께 생각하다가 한 아이가 말했습니다.

“우리 아빠한테 물어보면 되는데…”

“그래? 그럼 우리 엄마, 아빠들께 물어볼까?”

 

우리는 그 곤충과 논물을 함께 그릇에 담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리고 사진과 함께 학부모 전체 공지를 올렸습니다.

 

상자논에서 발견한 곤충인데 이름을 아시는 분이 계시면 알려달라고 부탁드렸습니다.

5분도 되지 않아 도착한 답

놀랍게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답변이 왔습니다.

5분도 채 되지 않아 한 아버지께서

“물자라입니다.”

라고 알려주셨습니다.

 

아이들과 우리는 다시 물자라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물자라의 독특한 생태에 대해서도 알게 되었습니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알을 등에 지고 다니며 돌보는 모습을 알게 된 것입니다.

 

아이들에게는 매우 흥미로운 발견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이름도 몰랐던 곤충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찍고, 질문을 만들고, 가족에게 물어보고, 다시 찾아보면서 우리는 그 곤충의 이름과 생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조사한 내용은 다시 학부모 공지를 통해 부모님들과도 나누었습니다.

그러자 재미있는 답변들이 이어졌습니다.

“사람 아빠들보다 낫다.”

“사람들도 저래야 한다.”

 

아이들의 탐구가 가정으로 이어지고, 다시 부모님의 이야기로 돌아오는 과정이었습니다.

아이들에게는 꽤 즐거운 추억이 되었습니다.

물자라는 다시 상자논으로 돌려보내주었습니다.

유아 텃밭에서 벌레를 만났을 때, 무조건 없애야 할까?
유아 텃밭에서 벌레를 만났을 때, 무조건 없애야 할까?

교사가 모든 답을 알고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달팽이와 물자라 이야기를 돌아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습니다.

처음부터 우리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달팽이를 발견했을 때 아이들은 달팽이에게 이름을 붙였고, 함께 키워보고 싶다는 마음을 표현했습니다. 우리는 그 마음을 따라가면서 달팽이의 입장도 생각해 보았습니다.

 

물자라를 발견했을 때는 이름조차 몰랐습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어떻게 알아볼지 생각했습니다.

결국 답은 교사의 지식에서만 나온 것이 아니었습니다.

아이의 아빠에게서 답이 왔고, 우리는 그 답을 다시 함께 조사했습니다.

 

이런 경험은 유아 텃밭교육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교사가 모든 식물과 곤충의 이름을 알고 있어야만 아이들에게 좋은 텃밭교육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와 함께

“이게 뭘까?”

“우리 어떻게 알아볼까?”

라고 질문할 수 있는 교사의 태도가 중요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들은 그 과정을 통해 모르는 것을 발견하고, 궁금해하고, 질문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구하고, 알아낸 것을 다시 나누는 경험을 하게 됩니다.

이것은 텃밭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탐구학습이기도 합니다.

벌레를 발견했을 때 무조건 없애야 할까?

그렇다면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유아 텃밭에서 벌레를 만났을 때 무조건 없애야 할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반대로 모든 생물을 그대로 두어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먼저 어떤 생물인지 살펴보고, 식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관찰하고, 아이들이 안전하게 탐색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식물에 피해가 크다면 작물을 보호하기 위한 관리가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특별한 피해가 없다면 아이들과 조금 더 관찰해 볼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벌레를 단순히 ‘좋은 것’과 ‘나쁜 것’으로 나누는 것이 아니라 생태계 안에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리고 아이가 생물에 관심을 보인다면 그 관심을 너무 빨리 끝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그건 달팽이야.”

“그건 물자라야.”

하고 이름만 알려주는 것에서 끝나는 대신,

 

“어디에서 발견했을까?”

“무엇을 하고 있을까?”

“왜 여기에 있을까?”

“우리 함께 알아볼까?”

라고 한 걸음 더 나아가 볼 수 있습니다.

유아 텃밭에서 벌레를 만났을 때, 무조건 없애야 할까?
유아 텃밭에서 벌레를 만났을 때, 무조건 없애야 할까?

작은 생명 하나가 좋은 수업이 됩니다

유아 텃밭은 계획한 활동만 이루어지는 공간이 아닙니다.

씨앗을 심고 물을 주는 계획을 세워도 어느 날 갑자기 달팽이가 나타나고, 논상자에서는 이름도 모르는 곤충이 발견됩니다.

 

바로 이런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아이들의 진짜 궁금증이 시작되기도 합니다.

달팽이에게 ‘달봉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하루 동안 교실에서 함께 지냈던 경험, 이름을 몰랐던 물자라를 부모님에게 물어보고 생태를 알아본 경험은 모두 계획표에 미리 적어둔 활동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 순간 훨씬 적극적으로 질문했습니다.

“왜?”

“어떻게?”

“이름이 뭐예요?”

“우리가 키우면 안 돼요?”

이 질문을 따라가다 보면 텃밭은 단순히 채소를 기르는 장소를 넘어섭니다.

 

아이들이 생명을 만나고, 관찰하고, 질문하고, 다른 사람과 지식을 나누는 살아 있는 배움의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유아 텃밭에서 벌레를 발견했을 때 필요한 것은 서둘러 없애는 것만도, 무조건 보호하는 것만도 아닙니다.

 

먼저 함께 바라보는 것.

그리고 아이의 궁금증에서 출발해 자연을 알아가는 것입니다.

작은 달팽이 한 마리와 이름 모를 곤충 한 마리가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자연탐구의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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